리챠드 개핀 "구원이란 무엇인가" 를 읽고

1. 서론

  R. 개핀은 중국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칼빈대학과 웨스트민스터에서 공부하였으며, 바울의 구원론 신학에 있어서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다룬 구속사와 조직신학에서 구원의 서정에 지나친 집중을 하던 구원론 신학의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R. 개핀은 칼빈개혁주의 신학자로 성경본문 중심에 입각한 성경주석가 이며, 바울 신학의 영향아래서 성경을 하나님의 구원역사 계시라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구속사가 역사적, 객관적이라면, 구원의 서정은 체험적이고, 개인적이며, 구원의 적용은 바로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보면서 갈라디아서 2:20과 로마서 6, 7장에서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과 연합으로 더 이상 나는 죄의 노예가 아님을 바울이 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님 편에서의 단회적 행동으로 결정적 성화에 이르며, 행위가 아닌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받은 사람처럼,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음 받은 사람처럼 선한 일을 행하며 살아가도록 준비해 놓으셨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따라서 R. 개핀은 종교개혁이후 칭의와 성화의 분리 현상을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바울신학의 틀을 안내하였고 구속사와 구원의 서정을 조화시키는 부분에서 신학적 업적을 인정받을 만하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후에서는 R. 개핀이 바라보는 바울 신학과 구원의 서정을 알아보고, 새관점주의 학자들이 바라보는 바울신학의 이해와 개핀의 입장 등을 간단히 요약하고 "구원의 서정"에 대한 이 책의 간단한 서평을 하고자 한다.

2. 바울신학 중심과 구원의 서정

  R. 개핀은 사도 바울의 중심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이며, 갈6:14"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떤 것도 자랑하지 않을 것이다"와 롬4:25"그는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넘겨진 바 되었으며 우리의 의를 위하여 부활하셨다"라는 문장을 예로 들면서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이 바울의 "복음에 중심을 둔 신학"(Gospel-theology) 인식론과 사역을 포괄한다고 보고 있다.p49

  종교개혁시대에는 바울신학의 중심이 칭의라는 사실이 넓게 인정되었지만, 18C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구원의 적용이 개인적인 이신칭의인지, 인격적 갱신과 성화의 내적 사역인지에 촛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바울신학의 촛점이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이 갖는 종말론적 의미에 놓였다는데 개핀은 동의하고 있다.

  "죄"에 대한 바울의 이해는 롬1:25"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꾼 것이며, 셀 수 없는 방식으로, 예배, 봉사에서 "창조주보다 피조물을 더 섬기는 행위이다"라고 보고 있다. 롬3:23, 3:9,19에서 "모든 사람이 범죄하였다"라고 언급하면서 죄의 보편성을 지적한다. 불신자는 "하나님의 영에 속한 일들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그가 그것들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허물과 죄로 죽었던 진노의 자녀들"인 죄인들을 자비에서 풍성하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그의 크신 구원의 사랑으로 사랑하셨다(엡2:3~4)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바울의 고전15:13-4, 롬4:25에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살아있는 자들은 더 이상 자신을 위하여 살지 말고, 그들을 대신하여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분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언급하고 이를 칭의와 성화로 이해하고 있다. 바울은 구원의 중심적 진리를 "그리스도와의 연합" 즉 "함께"라는 용례를 사용함으로 칭의와 성화는 구별할 수 있지만 분리할 수 없는 법적이고 갱신적인 측면이 공존하는 하나의 연합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도와 성령을 분리불가한 하나로 보듯, 신자가 그리스도 안에, 그리스도께서 그들 안에, 영광의 소망이 우리 안에 있는 그리스도라는 말씀을 통해 연합은 살아있는(vital) 것이다. 라고 보고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분명하게 바울의 구원론의 중심임을 주장한다.

  R. 개핀은 "칭의"는 바울의 구원과 복음에 핵심적적인 요소라 보면서, 보다 더 핵심적 실재로 그리스도와 우리의 연합,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사 영광을 입으신 그리스도와 우리의 연합임을 강조한다. 나의 죄가 용서되는 기초는 내 안의 성령의 사역이 아닌 나를 대신한 그리스도의 희생이라는 사실이다. 칭의될 때 그의 의는 나의 의가 되며, 그리스도의 의가 나의 것으로 간주되며 그리스도와의 연합에서 칭의와 의는 통합적인이면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원의 서정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영광을 입으신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것이 바울 신학의 심장과 연결되며, 중심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울에게서의 "성화"는 엡2:10"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받은 자니..." 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로 선한 일을 행하며 살아가도록 준비해 놓으셨다는 것이다. 또한 선한 일에 이르는 길은 하나님으로부터 인간에게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바울에게 있어 선한 일은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며, 우리 안에 계속되고 있는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로서의 칭의"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된 우리는 심판으로부터 해방을 받는다는 의미 즉, 신자들은 "이미" '믿음으로 말미암아'(by faith)의롭게 된다. 그러나 겉사람과 관련되어 있는 한 죽음의 심판으로부터 존재가 해방되는 일은 부활의 때까지 연기된다. 이는 "아직"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by sight) 여전히 칭의 되어야 한다(고전5:7-믿음으로 행하고 보는 것으로 하지 아니함이라)는 사실이다.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함으로써 얻게 된 "이미"와 "아직 아니"는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갈5:6)인 것이다. 따라서 "바울이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 칭의를 언급할 때 바울이 의미하는 신앙은 행동하는 신앙이다"라고 쓰고 있다. "오직 믿음으로"(by faith alone)라는 입장에 있으며, 믿음으로 죄인들이 칭의되며, 믿음은 끝까지 견디며, 결코 믿음 홀로가 아닌 것이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작고 소박한 것'이라는 것이다.

  바울에게 "칭의"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분리되지 않기 위해, 미래에 있을 죽음 조차도 계속되는,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중보에 의존하도록 하신다는 것이다. 칭의된 상태에서 신자들을 있게 하시고, 신자는 이미 창의된 하나님의 선택자의 칭의를 위하여 지속적인 의미와 가치를 가지신 분이시라는 것이다.

  이상으로 구원의 서정을 둘러 보았다. 요약을 하면 그리스도는 교회와 함께 하시고 믿음의 사람들 속에 내주하신다. 바울신학은 그리스도안에서 칭의와 성화가 구별될 수는 있지만 분리될 수는 없다 말한다. 그리고 우리안에 계신 그리스도는 영원히 우리를 대신하시는 그리스도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은 개인의 인격적인 연합에서의 칭의, 성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칭의와 성화를 선행하는 것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임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면서 구원의 서정을 소개하였다.

3. 서평

   R. 개핀은 바울의 복음, 신학의 중심이 이신칭의나, 성령사역과 같은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촛점은 구원의 서정이 아닌 구원의 역사에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예기하고 있다.p51

  그리스도와 성령을 분리불가한 하나로 보듯, 신자가 그리스도 안에, 그리스도께서 그들 안에, 영광의 소망이 우리 안에 있는 그리스도라는 말씀을 통해 연합은 살아있는(vital) 것이다 라고 보고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분명하게 바울의 구원론의 중심임을 주장한다. 칭의는 죄의 용서이고 과거와 미래의 모든 죄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나의 죄 용서의 기초는 그리스도의 희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구절이 새삼스러웠다.

  p98 하단에서 '결과로서 우리의 소유가 되신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자신의 가지신 모든 은사를...'이라는 구절에서 '우리의 소유가 되신 그리스도' 보다는 '그 분의 소유가 된 우리'라는 표현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 라는 개인중심적인 표현은 신정통주의에 가까운 표현인듯 오해를 가져올 소지가 있다고 본다.

  새 관점주의자들이 이해하는 칭의는 구원론이 아닌 교회론과 관련지으면서 먹고, 교제하고 향유하는 부분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R. 개핀은 교회론적 의미를 갈라디아서의 관심사로 인정하면서도 바울에게 있어서는 칭의는 구원론적임을 강조한다. "칭의"는 율법이 아닌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 것이라는 로마서, 갈라디아서에 반영된 교훈의 구원론적 의도와 요점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하는데는 동의한다..

  저자는 p147에서 로마서 2:13"율법을 듣는자가 의인이 아니요 오직 율법을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하심을 얻으리니"와 로마서 3:20"율법의 행위로는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라는 모순된 비교 구절을 지적은 하지만, 토론의 결과가 모순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줄 것이라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통쾌한 해답을 발견하지 못했다. 좀 아쉬운 부분이다.

  p202 결론부에서 '칭의와 성화 사이에 자유의 개념을 상정할 때'라는 구절을 적시하면서 '칭의와 성화가 신학적으로 신중히 고려되지 않을 때 구원의 힘이 왜곡될 위기에 빠진다'는 표현은 연합이라는 단어를 연속적으로 예기하면서도 칼빈의 '자유'라는 개념을 통해 칭의와 성화의 구별을 하였다는 구절 인용은 논지를 흐려지게 하는 듯 보였다.

   R. 개핀의 "구원의 서정"을 읽으면서 구원의 순서를 소명, 칭의, 성화 등으로 열거하고, 구별했던, 그리고 분리했던 나의 사고를 그리스도의 연합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R. 개핀이 주장하는 바울신학의 구원의 서정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칭의와 성화를 동시에 갖게 하고,  바울신학의 중심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이며, 이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구원의 중심적인 진리로 귀착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을 일고 신학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새 관점주의 주장들을 중간에 조금씩 소개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였는데, 새 관점주의자들의 표현들을 반복하였지만 그들의 정확한 주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는 부족한 설명이 좀 아쉬웠다.

  이 책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이미, 그리고 아직"이라는 진행형의 삶을 사는 나에게 "칭의와 성화"를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구원의 서정'을 통해 성경신학과 조직신학을 다시금 정리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