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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종종 아이들에게 제 고민을 상담합니다. "얘들아, 요즘 아빠가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러면 아이들은 저마다 해법을 내놓습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사용하고 약속을 어겼을 때는 벌칙을 수행하는 건 어떨까요?" "집에 오면 보관함에 넣고 보지 않으면 돼요."

그러면 제가 한 번 더 딴지를 걸어봅니다. "약속을 어겼는지는 아빠만 아는 거 아니야?" "급한 전화를 하거나 휴대폰을 쓸 일이 있을 텐데 그땐 어떻게 하지?" 아이들은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아빠가 약속을 지키는지 저희가 지켜보면 되죠." "급하게 사용할 일이 있을 땐 엄마 휴대폰을 쓰세요." 이번엔 아이들 자신의 상황을 물어봅니다. "좋은 생각이네. 그래도 참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너희는 TV 보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 "보기로 정한 것만 보고 꺼요." "레고 같은 다른 놀이를 찾아서 하면 돼요."

아이들에게 어른의 고민 상담이 가능할까, 고민 상담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겠지만 큰 효과가 있습니다. 때론 아이들로부터 정곡을 찌르는 혜안을 얻기도 하고, 아이들도 아는 것을 어른인 내가 못하고 있으면 되나, 부모인 나부터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고민 상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3자의 관점에서 어떤 행동을 바라보는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이는 자신 스스로의 행동과 생각을 돌아보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이른바 '메타 인지'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아빠가 자신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해준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아빠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힘들지만 참고 노력하는,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동질감을 느낍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모의 고민 털어놓기를 통해 아이가 부모에게 인간미를 느끼며 신뢰감을 갖게 되고 공감 능력, 소통 능력, 이타심, 리더십 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크고 작은 고민을 털어놓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아이들도 부모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데 부담을 갖지 않습니다.